
아이코라랑 에리스가 냉파스타로 싸우는 글
에리스는 주방에서 재료를 손질하느라 한창이었다. 양파를 잘게 자르느라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. 음식 합성기를 이용해도 될탠데... 헌터의 노력을 이해할 수 없다. 곧 아이코라 레이는 냉동실에 얼음틀을 발견하고 눈에띄게 얼굴이 어두워졌다.
"정신 차리게.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우리는... 차가운 음식과 어울리지 않아. 에리스. 이것은 분명 혀에 즐거울 수 있지. 하지만, 우리의 삶은 즐거움을 위한 게 아니야. "
에리스는 여전히 감흥없는 표정이다. 여전히 푸실리를 찬 물에 행구고 있다. 올리브오일에 바로 버무려야 면이 불거나 들러붙지 않을탠데! 무엇보다 그런 행동은 파스타 표면의 코팅을 벗긴다. 헌터는 잘 알지도 못하는 힘을 다루고 있었다... 아이코라는 속으로 혀를 찬다.
"파스타를 차갑게 해먹는데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는걸 누가 보장하지? 에리스. 이건 인류가 발전해온 식문화를 역행하는거야. 난 자네를 아끼지만... "
"아이코라. 여왕께서도 알아보셨서요. 토마토의 산미와 올리브오일의 풍미를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에요."
"토마토와 올리브가 조화를 이루는 게, 무슨 의미가 있을까? 게다가 여왕은 선봉대도 아니잖나. "
"그래요?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더이상 '수호자'가 아닙니다. 당신이 냉파스타를 어떻게 생각하시던 절 도울 시간은 지난지 오래에요. "
아이코라의 눈썹이 아래로 휘어진다. 워록의 목소리가 떨린다.
"에리스 ... 난 자네를 생각해서..."
자네를 혼자 두려는건 아니었어. 어깨를 잡으려는듯 잠시 허공에 손을 들었다 다시 내려 놓는다.
"난... 다만 자네가 먹다가 체할까봐 그래. 찬 음식은 소화하기 힘들어. 게다가 자네는 이제 더이상 여행자의 힘이 없지 않나...."
"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, 내 위장은 내 책임이에요."
헌터는 씹어 내듯 내뱉고. 워록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뒤로한 채 거칠게 푸실리와 살사소스를 섞었다. 상큼하고 달콤해서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적절한 피서음식이 될 것이다.